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인 CES 2025에서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로봇을 위한 챗GPT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선언하며,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200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단 14일 만에 처리할 수 있으며,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와 로봇 개발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성 검증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 도로 환경은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며,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실도로에서 테스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가 필요하다. 테슬라(Tesla)는 매일 전 세계 도로를 주행하며 가장 많은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중국의 바이두(Baidu)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엄격한 규제로 인해 실제 도로에서 로보택시 운행이 제한되면서,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실도로에서 확보한 데이터에도 한계가 있다. 주행 데이터 축적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사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상황을 재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축적된 데이터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수집된 것아 많아 도심의 복잡한 교통 환경, 야간 주행, 악천후 조건에서의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것이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시뮬레이션은 현실과 동일한 조건을 갖춘 가상 환경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악천후, 예상치 못한 장애물, 보행자 돌발 행동 등과 같이 실제 도로 주행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희귀한 주행 조건을 무한 반복할 수 있어, 차량의 대응 능력을 체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러한 고도화된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위험한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하고,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보다 정교한 주행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현대자동차는 엔비디아와 협력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엔비디아의 최신 플랫폼을 활용해 가상 환경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현실적 제약 없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이를 고성능 컴퓨팅 기술과 결합하면,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뮬레이션 기반 데이터는 현실 데이터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실제 주행 데이터를 통해 검증이 이루어진다면, 자율주행차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 및 검증에서 시뮬레이션은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글로벌 규제 기관들도 이를 차량 인증 절차에 포함하는 추세다. UNECE(유엔 유럽경제위원회)는 자율주행차 평가·검증·테스트 방법에 있어 시뮬레이션 단계를 필수적으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ISO 표준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평가할 때 시뮬레이션 기반 가상 검증을 핵심 요소로 인정하고 있으며, 향후 개발 및 인증 절차에서 시뮬레이션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가상 환경에서 차량을 검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검증 세계를 수립해 나가고 있다.
엔비디아,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율주행차의 완성도를 높이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현실 데이터를 넘어선 학습 환경이 필요하며, 이를 실현하는 최적의 도구가 시뮬레이션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안전성 검증은 단순한 기술적 도전이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뮬레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상 공간에서의 학습이 자율주행차의 완성도를 높이고, 현실 도로를 보다 안전하고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