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더벨
믿고 탈 수 있는 자율주행차의 조건은 무엇일까. 무수히 많은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모라이는 가상 환경을 구현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도로 위를 달리지 않고 컴퓨터로 차량 성능을 검증해준다.
벤처캐피탈업계는 출범 3년차를 맞은 모라이의 실적 우상향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현대차, 네이버, 벨로다인, 엔비디아 등 국내외 업체가 러브콜을 보냈다. 자율주행차 부품 검사 솔루션, 물류용 로봇과 드론을 겨냥한 시험 엔진 등 사업 다각화 로드맵 역시 산업 트렌드의 변화에 부합한다고 여겼다.
◇성장 스토리 : 카이스트 대학원생 합심,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여' 목표
모라이는 2018년 문을 열었다. 회사를 차린 주역들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대학원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던 정지원·홍준 공동대표가 뭉쳤다.
창업하기 전부터 네이버랩스와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R&D 역량을 다졌다. 모라이가 출범한 초기에는 자율주행차 자체를 개발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았다. 실탄이 넉넉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 달리 재무 여건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곧장 주력 사업을 바꿨다. '자율주행차 검증' 분야로 눈길을 돌렸다. 기존의 성능 테스트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나오려면 무수히 많은 시험을 거쳐야 한다. 미국의 랜드(RAND) 연구소는 2016년 연구 보고서에서 80억㎞가량 도로를 달려야 차량의 신뢰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무한대에 가까운 거리를 운행해야 안전성을 확보하는 특성이 그동안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 대표는 "미래차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데서 모라이의 활로를 찾았다"며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탄력을 주자는 취지에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기술 경쟁력 : 국내 12개 도시 교통망 재현, 돌발 변수 '시나리오' 축적
인공지능(AI) 솔루션이 도로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변수들을 학습하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수만 가지의 사례를 일일이 살피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모라이는 컴퓨터에 가상 환경을 만들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모라이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디지털 트윈' 개념을 녹였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을 뜻한다. 매핑(지도 구축)에 특화한 네이버랩스, 스트리스, 국토지리정보원 등에서 정밀 지도 데이터를 받아 실제 교통 인프라를 재현했다.
물체의 형상을 탐지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와 똑같은 기능을 갖춘 가상 센서를 시뮬레이션 엔진에 탑재했다. 지도에 표시된 기호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평면 이미지로 나타난 건물, 도로, 차선, 가로수 등을 분류해 3차원 모델로 바꾸는 솔루션도 개발했다.
서울, 성남, 세종, 대전, 대구 등 국내 12개 도시의 교통망을 가상 환경으로 구현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자동차 제조사(OEM)들이 모라이의 기술 역량에 러브콜을 보낸 덕분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데이터베이스(DB)에 축적한 대목도 돋보인다. 사이버 환경에서 날씨, 신호등, 보행자의 움직임, 음주운전 차량, 대중교통수단, 오토바이 등 다양한 요소를 자유롭게 조정한다. AI가 돌발 상황에 적응하는 훈련을 컴퓨터로 수행하기 때문에 고객사의 편의를 보장하는 이점을 갖췄다.
◇투자사 평가 : '차량 안전성' 화두 부합, 국내외 고객사 풍부
업력 3년차에 접어든 모라이는 지금까지 약 30억원의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 네이버, 카카오벤처스, 신용보증기금 등이 우군을 자처했다. 올해 9월 시리즈A 라운드를 마무리한 데 이어 해외 벤처캐피탈 관계자와 접촉해 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벤처투자업계는 자율주행차 생태계가 확장하는 국면에서 차량 성능을 검증하는 분야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도로상의 각종 변수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춘 AI 솔루션이 차량의 고도화를 좌우한다고 인식했다. 실제 환경에서 시험하기 어려운 만큼 가상 공간에서 운행 시스템의 안전성을 점검하려는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산하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자율주행차의 성능을 검증하는 사업은 공공·민간 부문과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며 "모라이가 해외의 내로라하는 회사들과 필적할 만한 국내 업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초기 기업의 특성상 매출은 미미하다. 다만 빠르게 고객사를 확보한 성과에 눈길을 쏟았다. 현대차 등 완성차 메이커, LG유플러스·네이버 등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IT 회사와 손을 잡았다. 해외 기업 가운데 라이다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벨로다인 역시 모라이의 파트너다. 사물을 파악하는 가상의 센서를 시뮬레이션 플랫폼에 장착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구상도 마련했다. 자율주행차에 달린 센서나 액츄에이터 등을 검사하는 솔루션 개발을 염두에 뒀다. 주기적으로 부품의 이상 여부를 점검해 차량 오작동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갖춘 만큼 드론, 로봇 등 자율주행 모빌리티 전체를 타깃으로 한 시험 소프트웨어도 신사업의 후보군에 포함했다. 특히 로봇 시뮬레이션 엔진은 물류 업종을 겨냥했다. 고객사의 요청에 맞춰 창고 내부 동선을 학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박 심사역은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선결 조건은 안전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데 있다"며 "시뮬레이션 솔루션 개발에 두각을 드러낸 창업팀의 실력과 사업 아이템을 둘러싼 미래차업계의 호응을 종합해볼 때 모라이의 실적 우상향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